
대행을 맡겼다가 손해를 봤다는 이야기는 흔합니다. 그런데 대부분은 대행사가 작정하고 속여서가 아니라, 무엇을 기준으로 볼지 모르는 채 도장을 찍어서 생깁니다. 기준만 손에 쥐고 있으면 대화의 주도권이 넘어옵니다.
아래 다섯 가지는 계약 전 30분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.
1. 내 「본전 ROAS」를 먼저 구하고 갑니다
대행사가 가장 먼저 꺼내는 숫자가 ROAS(광고비 대비 매출)입니다. 그런데 ROAS는 매출 기준이지 이익이 아닙니다. 매출 안에는 상품 원가·플랫폼 수수료·배송비가 다 들어 있습니다.
| 남는 비율 | 본전 ROAS |
|---|---|
| 30% | 약 333% |
| 20% | 500% |
| 10% | 1,000% |
마진이 얇을수록 기준선이 가파르게 올라갑니다. 남는 비율이 20%인 상품이라면 대행사가 목표를 400%로 잡는 순간, 계약대로 성공해도 사장님은 적자입니다.
먼저 광고비 손익분기 계산기로 내 숫자를 구한 다음, 이렇게 물어보세요.
"우리 본전 ROAS는 500%입니다. 이걸 넘길 수 있습니까?"
이 질문 하나로 대화의 성격이 바뀝니다. 대행사가 제시하는 목표가 본전보다 낮다면, 그 계약은 처음부터 손해를 전제로 한 것입니다.
2. 네이버 검색광고 대행비는 원래 안 내도 됩니다
이걸 모르고 이중으로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.
네이버 검색광고(파워링크 등)는 네이버가 대행사에 광고비의 일부를 대행사에 수수료로 지급합니다. 광고주가 대행사에 따로 대행비를 줄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.
다만 전부 그런 것은 아닙니다.
- 네이버가 대행비를 주는 것 — 파워링크 같은 검색광고
- 안 주는 것 — 파워컨텐츠, 네이버쇼핑광고 중 가격비교 입찰
뒤쪽은 대행사가 별도 대행비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. 그러니 "무슨 상품을 운영하는 대가로 얼마를 받는지"를 항목별로 적어달라고 하세요. 검색광고 하나만 돌리면서 대행비를 따로 청구한다면, 그 근거를 물어야 합니다.
3. 계약서는 이미 표준 양식이 있습니다
대행사가 내미는 계약서를 그대로 쓸 필요가 없습니다. 한국디지털광고협회가 광고주·대행사·렙사 유형별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공개해 두었습니다.
계약서에서 반드시 눈으로 확인할 것은 넷입니다.
- 계약 기간과 중도 해지 조건 — 위약금이 몇 %인지, 언제부터 붙는지
- 무엇을 대가로 얼마를 받는지 — 광고비와 대행비를 분리해서 적었는지
- 보고 주기와 형식 — 무슨 숫자를 언제 보여주는지
- 광고 계정의 소유자 — 계약이 끝나면 계정과 데이터를 내가 가져올 수 있는지
특히 네 번째를 놓치면, 헤어질 때 그동안 쌓인 데이터를 통째로 두고 나와야 합니다.
4. 「보장」이라는 말이 나오면 멈춥니다
"1페이지 보장", "매출 O배 보장" 같은 말은 위험 신호입니다. 검색 순위는 네이버·구글의 알고리즘이 정하는 것이라 대행사가 약속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.
보장을 말한다면 이렇게 되물으세요.
"그 보장을 계약서 몇 조에 넣어 주시겠습니까? 못 지키면 어떻게 됩니까?"
계약서에 넣지 못하는 보장은 보장이 아니라 영업 문구입니다.
5. 틀어지면 갈 곳이 있습니다 — 국번없이 118
이미 문제가 생겼다면 혼자 싸우지 않아도 됩니다.
한국인터넷진흥원(KISA)이 운영하는 온라인광고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을 맡습니다.
- 누가 — 온라인광고를 이용한 당사자면 누구나
- 어떻게 — 누리집·이메일·팩스·우편, 전화 상담은 국번없이 118
- 효력 — 조정이 성립하면 민법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
- 기한 — 조정결정서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수락 여부를 밝히면 됩니다
분쟁이 드문 일도 아닙니다. 온라인광고 분쟁 상담·조정신청은 2019년 한 해 5,659건으로, 전년 3,371건보다 약 68% 늘었습니다. 위원회는 해마다 사례집도 내놓고 있으니, 계약 전에 비슷한 사례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크게 도움이 됩니다.
정리하면
대행사를 쓸지 말지가 핵심이 아닙니다. 내 숫자를 알고 들어가느냐가 핵심입니다.
- 본전 ROAS를 먼저 구한다
- 검색광고 대행비는 이중으로 내지 않는다
- 표준계약서를 기준으로 삼는다
- 계약서에 못 넣는 보장은 믿지 않는다
- 문제가 생기면 118
이 다섯 줄을 들고 가면, 대행사와의 대화가 "믿고 맡기는" 관계에서 "따져보고 맡기는" 관계로 바뀝니다.